Prologue
아재 소리를 듣겠지만 90년대에는 "무전 여행"이 낭만과 고독을 즐기는 여행으로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었다.
나도 간단한 배낭 하나 철퍼덕 메고 정해진 목적지 없이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대학생때는 도보 -> 자전거 -> 오토바이(체케바라가 오토바이로 여행했던)로 하나씩 업그레이드를 해가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여행 계획을 세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캐나다에 온 첫 해에 큰 용기를 갖고 아내와 함께 한달간 배낭여행으로 캐나다와 미국 동부를 그레이 하운드로 누비고 다녀셔 어느정도 갈증은 해소했다.
그뒤로 15년동안 조용히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오래된 작은 꿈이 고개를 내밀었으니.
그렇다! 자주 오지 않는 기회가 2017년에 찾아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은퇴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가장 우선 순위로 떠오른 것이 황량함과 왠지 우주스러운 Iceland, 하지만 비행기 예약과 현지에서 차를 렌트해야하므로 진정한 100% 자유여행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오른 다른 아이디어는 캘거리에서 알래스카까지 자동차 여행 즉 Road trip으로 떠나는 것이였고 여러 가능성을 조사해 보니 내가 원하는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진다.
여러 자료 조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확정된 루트는 아래와 같다.
원래 계획으로는 Fairbanks 와 Denali 국립공원, 그리고 Haines와 Yukon 북쪽 Dawson 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구글에서 계산된 거리만 10,000km여서 여름 휴가로 만든 18일 동안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였다.
위의 루트도 구글 지도상으로는 약 8,200km, 이곳저곳 작은 곳까지 찾아간 거리를 합산해서 최종 실제 이동 거리는 약 8,500km 나왔다.
단순 계산상으로도 하루에 최소 470km 씩 약 5-6시가간 이동해야하는 장거리 여행이다.
하지만!!! 예약한 호텔도 없고 바람 따라 구름따라 갈때까지 가다가 자고 달리고를 반복하는 자유여행이 아닌가~~~
무조건 떠난다. 나는 야생의 알래스카로 간다.!!!
1. 자동차
자동차 여행이기 때문에 차가 가장 중요하다. 중간에 고장이라도 나면 안그래도 빠듯한 일정에 차질이 많아진다. 우선 주변 캐나다 사람들 말로는 도로상태가 장난 아니라고 해서 타이어는 새것으로 미리 교체(4개 약 $700), 타이어에 구멍이 났을때 수리할 수 있는 kit 구입, 그리고 몇가지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공구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차가 작아서 짐을 넣을 공간 확보와 장거리 운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뒷좌석과 앞쪽 조수석 자리를 모두 제거하고 운전석만 남겨 두었다.
비포장 도로와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작은 돌들이 많이 튀어 앞유리창이 깨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여행 후 상태가 정말 안 좋으면 교환하기로 한다. 아니라 다를까 여행 중 두번 돌맹이를 맞아서 앞유리 아래 부분에 골프공만한 손상을 입었다.
혹시 모를 배터리 방전을 대비해서 Jump starter 라고 불리는 휴대용 자동차 긴급 시동 장치를 미리 아마존에서 구매했다.
2. 연료
알라스카는 원유생산을 하는 곳이지만 본토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았다. 보통 가격대가 2.50에서 3불초반(갤런당) 근처였다. 대신 BC 주는 말도 안되게 비쌌다. 떠나기전 알버타에서 리터당 97센트에 넣었으니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가장 비싼 곳이 약 1.30 정도(리터당) 될때도 있었으니 싼 주유소를 만나면 가득가득 넣고 다녀야한다.
주유소는 요즘 외곽지역도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있어서 기름이 없어 차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분의 10L 기름통을 들고가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보통 큰 트럭이나 RV 들은 기름통을 2-4개씩 여유로 가지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도로 중간에 기름이 없어서 차가 멈추면 낭패니까.
기름값은 Gas buddy 앱사이트를 이용해서 가장 저렴한 도시의 주유소를 이용했다. 사실 어느곳보다도 코스코가 가장 저렴하다. 물론 모든 도시에 코스코가 있지는 않고 알래스카는 Anchorage 와 Fairbanks 두곳에만 있고 BC는 Prince George, 알버타주는 Grand Prairie 에 있다. 코스코 들리는 기회에 장도 보고 밥도 사먹으면 일석이조다.
3. 도로
가장 험난한 구간인 유콘이나 BC 북부에서 앵커리지까지의 도로 상태는 엉망이지만 비포장길은 없었다. 요즘 재포장이나 도로 공사를 많이해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듯 싶지만 운전은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중간중간 도로가 웅푹 패인 곳(Potholes)이나 갑자기 비포장 도로로 바뀌기도 하고 야생 동물들이 수시로 도로로 뛰쳐 나오기 때문이다. 위아래로 굴곡이 진 곳도 많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속도를 내다가는 비행기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트럭도 많고 무거운 RV를 끌고 다니는 차량들도 많기 때문에 왕복 2차선밖에 안되는 곳에서 수시로 앞차를 추월해야한다. 항상 여유를 갖고 사방팔방 살피며 안전 운행을 해야한다.
4. 로밍
미리 셀폰은 로밍을 해두었지만 외진곳이 많아서 신호가 자주 끊어졌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무료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다. 눈치 없이 쓰기에는 가장 좋은 안내소가 가장 괜찮다. 알래스카에서는 캐나다 외진 지역보다 신호가 잘 잡혀서 깜짝 놀랐다.
5. 숙소
호텔, 캠핑장이나 RV 장은 Alaska Highway 선상에 예약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대부분의 RV 캠핑장 왠만한 곳은 뜨거운물 샤워장과 WIFI도 제공된다. 그 외에 무료로 캠핑할 수 있는 곳도 많아 잠자리는 걱정 없어 나는 100% 모두 캠핑을 했다. 대신 곰은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무료 캠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Ultimate Campground : http://www.ultimatecampgrounds.com/index.php
BC Recreation sites : http://www.sitesandtrailsbc.ca/
6. 야생동물
야생 동물들의 천국인 알래스카에서는 실제로는 곰 4마리, 무스 3마리, 사슴, 산양등등 밖에 못봤지만 가장 하이라이트는 유콘에서 봤던 야생 버팔로들이였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워낙 외진 곳이여서 그런지 동물들이 사람 눈에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Denali 국립공원에 가야 많이 볼 수 있을 듯.
그래도 연어는 진짜 많이 봤다.
7. 드론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 경비에서 기름값 다음으로 가장 큰 투자를 하였던 드론. 몇년전부터 나의 Wish list 에만 있던 드론을 이번 DJI 에서 나온 신제품 Spark 로 질렀다. 작고 가벼워서 빠른 기동으로 신속하게 촬영이 가능했고 이번 로드 트립에서는 찍을 것도 많고 제약도 없어서 정말 원없이 드론을 날렸다. 다만 배터리 시간과 요즘 드론이 많아져서 법이 새로 만들어져 고도와 거리 제약으로 더 많은 멋진 장면을 담지 못해 아쉬웠지만 알래스카다운 장면을 사고 없이 (물론 몇번 추락했지만) 많이 포착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래 유투브 영상은 이번에 찍은 장면들을 형편없는 실력으로 편집해 보았다.
고속도로 선상에 자주 있는 안내소에서 친절한 안내도 받고 화장실, 휴식, WIFI 등등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안내소가 보이면 꼭 들렸다. 독특한 외관이나 작은 전시관도 겸하고 있는 곳이 많아서 좋았고 모두 친절해서 최고다.
자~ 이제 슬슬 나의 18일 알래스카 야생 로드 트립 여행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