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타/록키] 신이 주신 선물..~ // 2003년 7월26일 토요일
| * 31일째 2003년 7월 26일 - Lake Louise |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추워서 한번 자면 시체처럼 자는 내가 수시로 깼다. 나리는 물론 거의 못잤다고 봐야지. 캐나다인들이 여름에도 겨울용 점퍼를 가져간다더니 왜 그런지 이제야 알겠다. 만약 우리와 같은 일정으로 돌아보실 분은 반드시 두툼한 침낭과 겨울 자켓를 가져가시길.. 반드시...!
도저히 자고 싶어도 추워서 못자겠다. 에이..~ 시계를 보니 6시. 오늘 일정을 빨리 시작하기로 하고 주차장 화장실에서 대충 씻었다. 어제 밴프에서 미리 사온 아침을 먹고 출발..~
허걱..~ 새벽에 보는 레이크 루이즈는 이제까지 봤던 캐나다의 호수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산뒤로 비치는 아침햇살과 호수에 반사되는 경관은 그야말로 장관중의 장관이었다. 많은 사진기자들이 이 장면을 잡으려는 듯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우리도 질세라 엄청 찍어댔다. 레이크 루이즈... 꼭 새벽에 보자..!!! 강추.
엄청난 관광객들도 없고 아침의 여명이 호수에 그대로 비친다.
-Lake Louise in the early morning
.차를 제시간에 반납하려면 아침 10시까지 캘거리에 가야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레이크 루이즈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다시 이 장관을 볼려나. 다음에 꼭 다시 찾으리.
다음 장소는 레이크 루이즈에서 가까운 모레인 호수. 산을 하나 넘어가야하는 난코스지만 악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Moraine Lake
.이곳은 빙하에 깍인 퇴적물로 유명한 호수다. 호수 아래부분에 모여있는 돌들과 나무들이 인상적이더군. 모레인이라는 뜻이 빙퇴석을 뜻한다고 한다.
옛날 캐나다 돈 20달러짜리 뒷면에 이 호수 그림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지폐가 바뀌어서 Loon(캐나다를 대표하는 새, 우리나라 청동오리 같은)이 그려져있다. 이른 아침에 봐서 그런지 더욱더 멋지다. 공기도 상쾌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는데 나도 무지하고 싶더군. 록키를 진정으로 느끼려면 캠핑과 하이킹을 해야한다고 하던데 말이쥐.
다른 호수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캘거리까지 돌아가는 길은 기나긴 여정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고속도로 1번을 선택하지 않고보우 밸리 파크웨이(1A)로 간다. 보우 밸리 파크웨이는 옛날 1번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기전에 록키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주변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 이곳은 시속 60km 이고 야생동물들이 자주 도로위에 나오므로 과속은 금물.
- Bow Valley Parkway
. 가는 길에 "View Point" 간판이 있는 곳에 내려서 사진도 찍고 경치 감상도 하면서 갔다. 시간이 촉박해서 여유있게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멋진 곳이더군. 암튼 전망대 표지판이 있는 곳에는 무조건 서자. 전망대 표지판은 아버지와 아들이 망원경을 들고 있는 그림이다.
.강길을 따라 기찻길이 놓여 있으므로 운이 좋으면 기나긴(?)기차 행렬을 볼 수 있다. 정말 캐나다 기차는 길기도 길다. 하지만 속도는 느리다.
8시에 출발했는데 캘거리에 도착하니 10시다. -.- 지나가는 길에 올림픽 파크가 있어서 들러봤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198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고 영화 쿨러링의 주인공들이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이곳에서 첫경기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기념품 상가에 가면 그때 그 당시의 봅슬레이를 볼 수있다.
- Canada Olympic Park
.반납 시간이 10시지만 1시간 늦게 가져다줘도 될 것 같아서 기름을 만땅 채우고 천천히 갔다. 다운타운은 일방통행이 많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잘 찾아들어가야한다. 잘못 들어서면 다운타운을 뱅뱅 도는 수가 있다.
쉬는날인 관계로 사무실이 닫혀 있기 때문에 차를 주차하고 키를 반납함에 넣고 짐을 정리해서 터미널로 향한다. 내릴 때 24시간동안 탄 킬로미터수를 보니 1,000km 더군. 쩝..~ 정말 많이도 탔다. 하지만 기름값은 총 $51.16. 환율 900원으로 따져도 약 5만 4천원밖에 안한다. 띠용..~ 리터당 약 500원.
- Returning
.2일동안 우리의 친구였던 Focus. 반납할 때 보니 완전히 걸레가 되어 있네. 시골길을 많이 달려서 인지 메뚜기가 엄청 죽어있다.(?)
터미널까지는 우리가 잘하는 짓인 걸어가기로 이동. 더운데 정말 이짓도 못할 짓이다.
- Bus Depot
.12시 차기 때문에 대합실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고 마지막 그레이하운드에 몸을 싣는다.
- The gate 8
.에드몬튼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을 안해도 될 듯. 버스에 오르자마자 어제 못잔 잠을 보충했다. 자다 보니 에드몬튼에 도착.
- Here is Our Edmonton..!
.우와..~ 1달만에 돌아온 우리의 고향. 변한건 아무것도 없지만 마냥 기쁘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 기분.
반갑게 맞아주는 마리와 맨디를 보니 드디어 집에 왔다는 실감이 든다. 드이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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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간의 여행을 마감하며...
처음 30일 동안의 캐나다-미국 여행을 계획 했을 때 이 여행이 우리의 가장 긴 첫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막막했었습니다. 정말 말로만 듣던 배낭 두 개 달랑 메고 젊음과 자신감 그리고 그레이 하운드 버스표 달랑 들고 떠난 여행이였습니다. 아마도 옆에 나리가 없었다면 더욱더 힘든 여행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즐겁지만 역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둘만의 여행이 우리에게는딱 맞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 캐나다인들과 한국분들. 그리고 여행중 만난 새로운 사람들, 같은 캐나다인이면서도 다른 민족색깔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캐나다 사람들, TV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미국인들. 모두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좁은 곳에서 살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말했던 것 처럼 세계은 참 넓지만 좁은 것 같습니다.
여행중 사건, 사고도 많았고 에드몬튼과는 달리 푹푹찌는 더위에 짜증도 나고 빵쪼가리와 면식으로만 버티는 강행군이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슬기롭게 극복하고 모든게 술술 잘 풀려 무사히 우리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 가장 기쁩니다.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난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몸건강히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프면 참 큰일이니까요. 하나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 하셔서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여행기에서는 시간 순서상으로 우리가 여행했던 곳, 사진 그리고 잡다한 정보들을 중심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역시나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여행 느낌보다는 여행팁이 다음 여행자들에게 중요할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사실적으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우리가 뜻하지 않은 실수나 잘못된 정보도 있을 것같습니다. 그전 일본여행처럼 수시로 수정과 보완을 할 예정이므로 만약 틀린 내용이나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지체없이 덧글 주세요.
이 여행이 우리의 첫 장기 배낭여행이자 마지막 배낭여행일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 설계에 보면 말이죠. 하지만 다음 여행지와 계획은 이미 우리들의 머리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언제 떠날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여행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니까요. 우리의 다음 여행이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