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1일 금요일 - 7월 13일 일요일
LA부터 약 6시간을 달려 찜해 두었던 Bridalveil Creek 캠핑장에 무사히 도착.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구입하면서 자리가 몇개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금요일 저녁이여서 확실치는 않다는 불안한 말을 들었던터라 서둘렀다.
다행히 캠핑장 입구에는 염려했던 "Full" 사인이 없다.
너무나 많은 안내판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다.
캠핑장은 총 세개 루프인 A, B, C로 이루어져 있고 총 108개의 사이트가 있다.
요세미티에서 유일한 선착순 캠핑장이기 때문에 먼저 가서 찜하는 사람이 임자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셀프 등록이기 때문에 노란 봉투에 사이트 번호와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돈을 넣어 금고통에 떨어드리면 끝.
이용료는 말도 안되는 단돈 $14.
천천히 입구쪽에 있는 A루프부터 돌아 B와 C를 돌아 나가는데 빈자리가 전혀 없다. 이럴수가...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자세히 각 사이트를 보며 돌았지만 역시나 자리 없음.
다행히 캠핑장 관리 자원봉사자가 발견해서 물어보니 자기도 하이킹하고 지금 돌아와서 사이트가 얼마나 찼는지 모르겠단다.
자기가 자리를 비우기 전에는 몇개 있었단다. 당연히 ???
혹시 모르니 자리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C 루프를 다시 돌아보란다.
다시 C루프는 돌고 있는 중에 거짓말처럼 83번 사이트 사람들이 짐을 챙겨 떠나고 있는 것을 목격.
이유를 물으니 캠핑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난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에 들고 안들고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 우리가 찜.
2분뒤에 캠핑장 빈자리를 찾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뒤를 지나간다.
간발의 차이로 사이트 획득. 역시 우리 캠핑운은 대단하다.
예전 Glacier 국립공원(후기 보기)에서도 예약없이 갔었다가 자리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신기하게 캠핑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경우가...
그져 웃음만 나온다.
나무가 없이 횡하니 뚫려 있는 요상스러운 사이트지만 그래도 요세미티에서 캠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
옹기종기 여러 사이트가 동그랗게 모여 있다.
미국답게 큼지막한 fire pit 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단단한 철로 만든 음식 보관통.
차에 음식물이나 화장품, 냄새나는 물건 등은 절대 두지 말고 이 통에 보관해야한단다.
요세미티에서는 차에 음식물을 두고 하이킹을 가거나 캠핑을 하면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차에 보관하라고 권장하는데 미국은 틀리네.
나중에 알았지만 곰이 너무 똑똑해서 차문을 열거나 유리를 부셔서 안의 음식물을 먹는다고 한다.
이럴걸 보면 캐나다 곰은 참 순진하구나.
물론 재활용통이나 쓰레기통도 곰때문에 사람이 아니면 열 수 없도록 스프링 자물쇠로 잠겨져 있다.
이 캠핑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 하룻밤 $14이라는 놀라운 가격과 더불어 화장실.
고도 2,200m에 있는 캠핑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세식 화장실이다.
뜨거운 물은 안나오지만 물이 펑펑 나온다.
물론 물이 귀하기 때문에 아껴 써야한다.
그리고 더욱더 인상깊은 설겆이나 음식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씽크가 화장실 밖에 마련되어 있다.
어떤 여자분은 이곳에서 발을 씻던데... 그건 좀 예의가 아닌듯.
세상에나 이렇게 좋은 시설을 단돈 하룻밤 $14에 이용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
완전 럭셔리급 캠핑장이지만 가격은 최저.
우리가 가본 캠핑장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외진 곳이지만 캠핑장 관리인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관리인 가족.
선생님이라서 방학동안 자원봉사 무보수로 이곳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여유가 되면 이런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관리인 캠핑 사이트에서 하이킹 정보와 여러가지 유익한 팜플렛을 얻을 수 있다.
늦은 저녁을 차리는 동안 캠핑장 셋업.
나무는 팔지 않고 주변에서 죽은 나무를 주어서 쓰라는 관리인 말에 놀랐다.
캐나다 국립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덕분에 나뭇꾼이 되서 나무하러 깊은 산으로, 산으로....
물론 곰조심.
나무를 사서 쪼갤 생각으로 도끼는 캐나다에서 가져왔지만 통나무를 자를 수 있는 톱은 전혀 생각도 안했다.
다행히 플로리다에서 RV타고 여행중이라는 옆집 할아버지의 톱으로 싹뚝.
큰나무를 구해와서 오늘 내일 장작 걱정은 끝이다.
백팩킹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캠핑은 많이 해봤지만 생전 2,200미터가 넘는 고도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은 처음.
한남마트에서 사온 빵빵해진 커스타드를 보니 우리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캠핑을 하는지 실감이 난다.
아이들을 위해 무겁게 캐나다에서 들고 온 해먹.
나무가 크고 떨어져 있어 커서 힘들게 연결 했지만 즐거운 캠핑의 동반자다.
이제 우리 캠핑에서 해먹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옆집 강아지는 너무 순해서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줬다.
우리가 올라올때 지나쳤던 Fresno 에서 왔다는 가족이 앞쪽에 캠핑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도 순했지만 그 가족은 친근 그 자체.
고등학생인 큰 아이들이 세계 역사를 좋아하다는데 한국 역사를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까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세계역사 교수를 해도 될 정도로 역사에 대해 박식하다.
취미가 지폐 수집이라고 해서 캐나다에서 이번에 새로 발행하고 있는 플라스틱 지폐를 선물로 줬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모어도 만들어 주고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핫초코렛도 나눠줬다.
덕분에 우리 캠핑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오늘 하루 긴시간 운전했지만 조용한 자연에 묻혀 있으니 피곤하지 모르겠다.
하늘위로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이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인다.
알고 봤더니 우리가 갔을때가 Super moon 일때라고 한다.
그래서 유난히 밝고 컸구나.
요세미티에서 이런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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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이 너무 좋아서 하룻밤을 더 보내기로 결정.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너무 더운 요세미티 밸리를 실컷 구경하고 고도가 높아 시원한 캠핑장에서 저녁을 먹는다.
토요일 두번째날 요세미티에서의 저녁 메뉴는 한남마트에서 가져온 전복 구이.
그리고 직화로 구운 항정살.
불조절 실패로 조금 그을름이 생겼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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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8로 이틀을 알차고 재미있게 보냈다.
높은 고도때문에 밤에는 많이 추울것을 걱정했는데 캐나다에서 온 우리에게는 괜찮았다.
물론 요세미티 밸리에 있는 캠핑장은 더 편하겠지만 조용하고 여유로운 Bridalveil 캠핑장을 추천.
선착순이여서 저녁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지만 여름 성수기에도 아침에는 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을 봤다.
주변에 하이킹 코스도 많고 유명한 Glacier viewpoint도 10여분 거리에 있어 좋다.
다음날인 토요일에 일출을 보기 위해 Sentinel Dome and Taft point를 다녀왔고
요세미티 밸리를 보고 난 뒤 저녁에는 캠핑장에서 가까운 Glacier point에서 일몰을 봤다.
이상.
꼼틀 꿈틀 캐나다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