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2일
전날 캠핑장 관리인에게 얻은 트레일 안내서를 보니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 딱 좋은 곳 두 곳이 있단다.
Sentinel Dome 과 Glacier Point 중 걸어서 올라가야하는 Sentinel Dome을 일출 감상으로 잡았다.
거리도 멀지 않아 부담이 없다.
시차 계산을 하지 않은 시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잤으니 당연히 1시간 일찍 일어났다.
일출 시간이 5시 40분경이라고 해서 올라갈 생각까지 해서 5시에 시계를 맞춰 놨는데 4시에 일어나 버렸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깜깜한 새벽이지만 이미 잠을 깨서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편도 거리는 약 1.7km에 고도는 약 150m다.
새벽에 조용히 캠핑장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도착.
당연히 주차장에는 내차뿐.
잘 보이지 않은 트레일 안내표지판을 보니 Sentinel dome 트레일은 Glacier point와 Taft point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이 되면 돌아 나오는 포인트로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대충 방향을 잡고 언덕을 내려가본다.
약간 언덕길을 내려가서 오른쪽 트레일을 타고 경사를 오른다.
다행히 트레일은 정리가 잘 되어 있어 편하다.
어두운 길을 헤드램프 하나로 의지한테 조용한 트레일을 걷는 느낌은 색다르다.
천천히 오른쪽 하늘 위로 여명이 밝아오는 것이 보인다.
트레일은 경사가 약간 높아지지만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
슈퍼 문이 왼쪽 하늘 위로 아직 떠올라 있어 약한 전등불을 도와준다.
가파른 트레일을 올라서지 왼편에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다.
멀어보이지만 거의 평지 트레일이라 금방 갈 것 같다.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으로 가면 Glacier point.
나는 직진이다.
갈림길을 벗어나 돔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비가 왔다면 미끄럽겠지만 바짝 말라 있어서 성큼성큼 오를 수 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그 유명한 Half Dome 이 보인다.
그리고 슈퍼문도 함께다.
정상에 오르니 해는 떠오르기 훨씬 전이여서 주변 경치 감상할 시간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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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을 내려다 보니 물기 자국이 있는 절벽이 있는데 아마도 Yosemite Falls인 것 같다.
이것도 유명한 건데 이렇게 물이 없으니 실망.
역시나 눈이 많이 녹는 봄에 와야한다.
주변 감상을 하는 동안 드디어 Half Dome 너머로 일출이 시작된다.
5시 40분 정도에 일출이 시작된다고 하더니 거의 정확하다.
능선뒤로 빼꼼히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이마를 보이며 솟아 오른다.
사진에는 담을 수 없는 감동의 일출을 나 혼자 넓은 Sentinel dome 에서 흠뻑 느낀다.
산에서 일출을 본 것도 태어나서 처음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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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순간을 타임랩스로 담아봤다.
새벽에는 추웠는데 해가 오르고 나니 갑자기 더워진다.
Half dome 위로 쏟아지는 일출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아침 일정 때문에 한참을 올라왔던 길로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길인 Taft point를 보고 돌아 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1시간안에 주파를 목표로 돌아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뛰어 내려갔다.
해가 올라오고 난 뒤에는 딴세상으로 바뀌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하고 바람도 없어 가시 거리가 좋다.
시간이 없어 뛰기 시작하니 갑자기 트레일 런닝이 되어 버렸다.
좁은 숲길을 뛰어 나간다.
캘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나무들과 풀들.
한참을 뛰다 보니 전망 좋은 포인트에 도착했다.
발 아래로 요세미티 밸리가 펼쳐진다.
감상할 시간도 없이 사진만 찍고 뛴다.
트레일이 거의 평지에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어 전망이 너무 좋다.
그냥 왔던 길로 돌아 내려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했다.
한품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나무숲 사이를 뛰어 나가느라 힘들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잠시 숨을 고를 때는 시원한 절벽을 내려다 본다.
돌과 바위, 죽어 쓰러진 나무를 뛰어 넘어 달려 나간다.
힘이 거의 빠질때쯤 갈림길에 도착.
휴...~
여기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주차장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Taft Point다.
0.6 남았다.
이제부터는 제법 잘 닦여져 있고 넓어 뛰는데 불편함이 없다.
울창한 숲길을 벗어나자 시원한 광장같이 탁 트인 곳에 도착했다.
이젠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천천히 걸으며 절벽길을 타고 간다.
발 아래는 천길 낭떨어지지만 경치만은 일품이다.
저기 전망대가 있는 곳이 Taft Point
이곳도 내가 오늘 첫 손님인 것 같다.
드디어 6km 산길을 달려 1시간안에 전망대에 도착.
개인 신기록인 듯.
이 전망대도 안보고 그냥 갔으면 평생 후회할 뻔 했다.
말 그래로 발아래 요세미티 밸리가 펼쳐진다.
유명한 El Capitan.
직각 절벽으로 이루어진 2,308m 높이를 자랑하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장소라고 하는데 모양이 특이해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참 멋지다.
정상에서 좀 더 있고 싶었지만 10분만에 초고속 감상을 마치고
1시간안에 주차장까지 간다는 목표는 실패했지만 늦지 않기 위해서 다시 뛴다.
0.6마일을 다시 달려 갈림길에 도착.
직진을 하면 말라 붙은 시냇물이 나온다.
시냇물을 건너 흙먼지가 풀풀 올라오는 언덕길을 달려 올라간다.
드디어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도착.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새벽에 어두울 때 봤던 안내판.
정말 새벽부터 엄청난 거리를 돌았구만.
약 1시간 20여분만에 7km를 초고속 하산, 개인 신기록 인듯.
약 9.5km를 새벽부터 온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몸은 힘들지만 캠핑장에는 늦지 않게 도착해서 하루 일정 진행에 차질은 없었다.
새벽부터 뛰어다니느라 피곤했지만 너무나 멋진 장관을 홀로 조용히 봐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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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계산 착오로 인해 1시간 일찍 산행을 시작했지만 전화위복이였다.
넉넉하게 Sentinel dome에서 요세미티를 내려다보며 홀로 일출과 주변 경치 감상을 했고
미친듯이 뛰었지만 돌아 내려온 Taft point와 요세미티 밸리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였다.
여러 다른 좋은 트레일이 많지만 시간이 없고 아이들과 짧은 하이킹 트레일을 걷고 싶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이상.
꼼틀 꿈틀 캐나다 이야기 |